여러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한 주를 통째로 쉬면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라 매우 들떴는데, 그만큼 제가 끌어 쓸 수 있는 체력을 몽땅 끌어서 쓰고 나니 결국 병이 나고 말았어요. 수액 엔딩이 된 저의 여행ˑˑˑ 평소에도 여행하듯 사는 동네를 좀 더 살피면서 산책도 하고, 너무 한 방의 탈피(?)에 기대지 말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사무실 책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신간을 받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원고이고요, 아래에서 소개합니다. 다가오는 5월 18일을 기다리며 오월 광주를 담은 책들도 소개했으니 살펴주세요. 맨 아래에는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 캠페인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오늘의 레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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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하기는 매우 쉽다
⏳ 모래
언제나 부정의 언어는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뒤집기 훨씬 어렵지요. 과거는 당연하거니와, 현재와 미래도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을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쉽잖아요. “다 망했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야.” 다 망했다고 생각해버릴 때 비로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이는 사람은 마음속에 (소량일지라도 혹은 부정할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의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서문에 이렇게 썼어요. “각지의 현장을 보고 배운 것을 나 혼자 독차지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 일부를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왜 아까웠느냐면, 사회가 좀처럼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우리가 한탄하기 쉽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11)
사이토 고헤이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다다서재),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두번째테제),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아르테)로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일본의 청년층 사이에서 탈성장과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을 일으켰죠.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학자는 현장을 모른다” “실천 없는 탁상공론이다”라는 말을 종종 발견할 때마다 조금 서글픈 심정이 되었지만, 이내 이 말에 관해 진지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하는 연구는 실제로 뭔가를 프로그래밍하거나 설계해 구현하는 건 아니니, 추상적인 이론을 내세워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도록 충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이다. 이론의 중요성을 믿고 이론과 실천은 대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실천에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러니까 '학자는 현장을 모른다’는 인상을 줬다고 한다면, 나는 좀 더 현장에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10)
그래서 그는 어디로 갔을까요? 우버이츠 배달,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직접 해보거나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지역, 한신대지진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 미나마타병의 발원지인 미나마타 지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 사냥 현장, 아이누인에 대한 차별 현장에도 가고 외국인노동자, 노숙인, 부락민, 기후 부정의에 맞서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지역의 자원 공유를 하는 대안 운동 현장을 방문하는 등 매우 다양한 현장으로 찾아갑니다. ‘충분히’ ‘비가시화’되고 ‘주변화’되어 있는 줄도 몰랐던 현장부터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빗장이 되어 충분히 밀착해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곳까지.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고찰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합니다. 현장을 겉돌며 관망하고 방관하기보다 그 속에서 넘어지고, 싸우고, 울며 얽힌 모습들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이 세계가 망해가는 것 같을 때, 더 이상은 혁신적인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우리는 한탄함으로써 멈추지 않고, 섣부른 판단으로 종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움직이고 있는 어딘가로 시선을 둘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이 책이 생생하게 보여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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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무엇부터 읽으면 좋을까?
⏳ 모래
다가오는 5월 18일은 5ˑ18광주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아시다시피 오월의봄에는 5ˑ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책이 많은데요.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제시해 드리는 키워드가 궁금하다면 바로 그 책부터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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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과 대학생을 위한 교양서
5ˑ18의 배경과 진행 과정, 5ˑ18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저항하는 자들의 윤리,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까지 외연을 확장해 폭넓게 질문하는 책.
5ˑ18이 무엇이며, 지금의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5.18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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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절대공동체의 순간을 펼친 그날의 광주를 떠올리고 그 이후 지속된 상실감 사이에 놓여 있다. 여기서 ‘광주’란 무엇인지를 묻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뜨거운 함성과 연대의 물결로 가득 찬 거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980년 5월 광주는 지나간 역사의 한순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새로운 물음들을 던지는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광주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ㅡ4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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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광주 시민들의 문화투쟁
천유철 지음
항쟁의 ‘현장’ 속에서 ‘문화’적 측면을 조망한 책. 우리는 이번 탄핵 광장에서 무수히 많은 대자보와 깃발을 목격하고, 노래와 발언문을 듣고, 유인물을 받았습니다. 1980년 광주 시민들은 무엇으로 투쟁했을까요? 노래를 부르고, 속보로 투쟁하고,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ˑˑˑˑˑˑ 정돈된 기사로는 알 수 없는 소중한 사료가 담긴 책이에요. 당시 시민들은 어떤 문화투쟁으로 저항했을지 궁금한 분께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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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형식과 관계없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과 공포’ ‘고립과 해방’ ‘투쟁과 연대’라는 여러 층위의 감정들이 노래를 통해 수렴되고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나 태어나 이 강산에 투사가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인데/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내 청춘/(...)
ㅡ132~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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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을 통한 재구성
최정운 지음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을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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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공수부대에게 잡혀서 전남대로 끌려간 김연태 씨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렇다.
피범벅이 되어 신음하는 사람, 머리가 터진 사람 등 200여 명은 넘을 것 같았으며, 3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사람은 두개골이 벌어져 차마 쳐다볼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공수 한 명이 그 부상자를 워커 끈으로 꿰매고 있었다. 참혹했던 그 광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이 경우 실명 증언이 아니었다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그는 인간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상천외의 잔인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잡혀온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또 나아가서 같이 있는 동료 군인들에게 자신의 잔인함과 ‘유머 감각’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ㅡ305~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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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연구
곽송연 지음
도대체 왜 국민의 군대가 국민을 상대로 이런 잔혹한 짓을 벌였을까? 가해자 연구에 초점을 맞춘 책.
지도자나 고위간부는 주로 이데올로기나 신념에 의해 학살을 계획하고 명령합니다. 책은 당시 한국의 가해자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책은 이승만 정부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들은 어떻게 학살의 가해자가 되었는가?’부터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가해자 연구와 더불어 그간 잘 논의되지 않았던 ‘다른 지역의 침묵’에 대한 연구도 자세히 실려 있어요.
잔혹한 짓을 벌인 계엄군은 가해자이기만 할까? 아니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명령을 수행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인가?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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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우리의 젊은이들은 사람들에게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했을까? 무엇이 평범한 군인을 악마로 의심 받게 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 군대가 어떻게 집회나 시위를 무력으로 격퇴하는 데 동원되고, 종국에는 시민을 살해하고 여타 잔학 행위까지 하게 되었는지 정치사회학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그 출발선은 우리 정치사에 내장된 정치적·사회문화적 배경 추적이다.
ㅡ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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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집단 트라우마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기획
김명희 외 7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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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과 인권의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인권적 관점에서 5·18을 조망하려는 학문적 시도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5·18이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는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목격한 민중의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를 수호하고자 했던 항거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5·18이 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고찰은 물론, 5·18을 인권적 관점에서 어떻게 조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 역시 미흡했다. 이러한 경향은 5·18 피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다.
ㅡ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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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메시지 리뷰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 댓글 참여 가능, 인스타그램 스토리 참여 가능!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를 읽었거나 읽을 (예비)독자분들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백지우사를 읽었거나, 읽는 중이거나, 앞으로 읽을 예정이라면 우리 모두 함께 짧고 굵은 ‘메시지 리뷰’를 남겨보는 것 어떨까요?
저희가 미리 준비한 문장 형식 안에 여러분들이 보태고 싶은 메시지를 간단히 적기만 하면 끝입니다.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고, 실물책을 가지고 계시다면 책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 문장을 쓰신 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월의봄 아이디(@maybooks_05)를 태그해서 업로드해주셔도 좋아요(예시 이미지 참조). 아래에 2개의 문장을 준비해두었으니, 자유롭게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탄핵 광장 이후 우리는 사회대개혁과 체제 전환을 위하여 앞으로 마주할 장면이 많을 텐데요. 여기에 적히고 모인 메시지들을 보면서 함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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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메시지’들이 ‘릴레이’가 되어 더 많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한 문장만 선택해서 참여 가능, 두 문장 모두 참여 가능)
1️⃣ 나에게 탄핵 이후의 세상이란 ___________ (이)다. (빈칸을 채워주세요.) ex. 나에게 탄핵 이후의 세상이란 더 다양한 연대가 필요한 곳이다. ex. 나에게 탄핵 이후의 세상이란 함께 만든 것이다.
2️⃣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처럼, 내가 외치고 싶은 구호를 적어주세요! ex. 백날 죽여봐라, 우리가 더 끈질기다! ex. 백날 짖어봐라, 우리가 두려워하나!
*적어주신 내용은 추후 오월의봄 게시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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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레터 피드백, 궁금하신 점 등을 남겨주시면 답글로 답장을 달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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