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인터뷰 하이라이트 발췌입니다.🙌)
전쟁없는세상은 어떤 단체인가요?
캠퍼: 두 분 말씀하시면서 대략 소개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전쟁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단체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오리: ‘전쟁없는세상’은 2003년에 설립되었고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진 반전운동 단체예요. 보통 반전운동이라고 하면 2003년 이라크 전쟁 반전운동 때처럼 많은 인파가 모인 반전시위를 떠올리실 텐데요. 저희가 전쟁없는세상을 만들었을 때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그러니까,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평화 시기에 애초에 전쟁을 준비하지 말아야 된다는 게 더 핵심이에요.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건 평화 시기의 어떤 군사주의적인 제도나 관습, 문화 같은 것들이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평화 시기라고 하는 그 시기에 군사주의의 싹을 잘라야 된다는 거죠. 전쟁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이 작동하지 못하게 하면 전쟁 없는 세상이 되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 문제 제기에서 저희가 주목했던 첫 번째가 군대였어요. 그래서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이 저희에게는 1순위 활동이었는데, 2000년부터 한 10년 정도 얘네(용석을 가리키며) 같은 활동가들이 병역거부로 감옥에 가서 단체가 굉장히 부실하고 불안했거든요. 활동가들이 감옥에 왔다 갔다 하고, 감옥에 가면 징징거리고, 우리가 워워 해주고 이래야 되는.
캠퍼: 그게 되게 힘든 일이었을 것 같아요.
오리: 그런 시기였기 때문에 단체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병역거부자 지원 외에는 이렇다 할 활동을 많이 못했어요. 단체가 어느 정도 규모와 안정을 갖춘 후에는 군대, 징병 제도 말고도 전쟁을 야기하는 사회의 다양한 기둥 중 다른 것에도 문제를 제기해보자고 했죠. 기존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군대 문제를 병역 거부를 통해서 제기하다 보니까 여러 한계가 있었어요. 병역을 거부해서 감옥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국가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국가로부터 주어진 사람들이거든요. 그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 거기에서 발생하는 남녀 간의 위계 등 다양한 문제들이 또 있었어요. 그래서 두 번째 운동은 조금 더 다양한 행위자들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저희가 국제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에 갔다가 무기 거래 반대운동 캠페인들을 접하게 됐어요. 회의의 한 세션으로 진행됐는데, 그걸 보고 한국에 와서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무기 거래 감시 캠페인이에요. 지금은 그게 발전돼서 특히 무기박람회가 열릴 때 저항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사회의 관습이나 군대라는 폭력 기구 같은 것들이 전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것들을 일상에서 문제 제기하고 똑바로 세워놓는 운동을 해야 되겠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웃음) 반전운동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군대에서 시작해 무기 거래까지 이어져온 반전운동 활동을 하는 단체가 전쟁없는세상입니다.
하이라이트❶: 평화주의와 비폭력 시민 저항
캠퍼: 평화주의랑 비폭력 시민 저항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레터만 읽으시는 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이 책과 관련 지어서 설명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오리: 비폭력이라는 말이 한국 사람들한테는 오해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비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폭력이 있어야 그에 대응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거든요. 비폭력 자체가 어떤 완성된 하나의 무엇이라기보다는, 애초에 폭력이 있으니까 그게 아닌 것으로서 나오는 거예요. 한국사회에도 물론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 아직 생존해 계시긴 하지만 어느 정도 역사적 얘기이기도 하고, 사회운동에서 폭력적 수단으로 원하는 걸 이루려고 했던 건 독립운동 외에는 크게 없어요. 물론 제가 해제에 쓴 것처럼 80년대 광주의 시민군 같은 경우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운동 자체가 애초에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비폭력에 관해 ‘그게 뭔데?’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 폭력이 있었다면 그게 아닌 걸 상상하기가 쉬웠을 텐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 쉽지 않은 거죠. 전쟁없는세상도 처음 비폭력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그러면 너네는 우리가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경찰한테 욕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오해를 많이 샀어요. 이런 이유들로 비폭력에 관련한 책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비폭력은 쉽게 말하자면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예요. 폭력을 쓰냐 안 쓰냐, 라는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창의적이고, 어떻게 보면 기발하고, 어떻게 보면 진짜 또라이 같은 그런 다양한 방법들을 어떻게 동원할지에 관한 것이거든요. 이 책에서는 심지어 그걸 전쟁 시기라는 굉장히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고요.
용석: 이 책에서 잠깐 언급되지만 비폭력의 예를 들자면 ‘프라하의 봄’ 같은 때, (물론 너무 옛날이니 그런 게 가능하기도 했겠지만) 당시에 체코 시민들은 러시아의 탱크나 군대에 맞서서 거리의 표지판을 다 바꿨어요. 이리로 가야 되는데 저리로 가게 만드는 식으로 저항하는 거죠. 그런 방법으로 소련군에 체코가 함락당하는 걸 늦춘다든가, 아니면은 함락당했더라도 빨리 나갈 수 있게 한다든가. 이게 어떻게 보면 폭력이냐 비폭력이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희처럼 폭력이라는 걸 애초에 상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창의적이고 얼마나 기존의 우리의 사고 박스 바깥에서 생각할 수 있느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런 지점에서 책을 읽으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도 때리면 안 돼, 싸우면 안 돼,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줘라, 이런 게 아니고. 쉽게 얘기하자면, ‘상대가 무력으로 내 걸 뺏으려고 할 때 나도 같이 때려서 안 뺏기는 거 말고 다른 기발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평화주의와 비폭력 시민 저항에 조금 더 재미있게 다가가실 수 있을 거예요.
캠퍼: 저는 이 책이 되게 재밌다, 라고 느꼈던 게 비폭력 시민 저항이 예술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서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굉장히 재기 넘친다고 해야 될까요? 그러니까 저 사람이 무기를 들었을 때 나도 무기를 들고 맞서는, 기존의 어떤 1 대 1의 수단이 분명히 있잖아요. 누구나 쉽게 정답으로 떠올리는 방법. 그거 말고 다른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고민한다는 게 사실 되게 창의적인 작업이잖아요. 기존에 전혀 없던 걸 생각해야 하니까. 저는 이게 예술과 많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면도 재미있었거든요. ‘아, 그래서 예술과 저항이 맞닿아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좀 들었고요.
오리: 영국에서도 DSEI라고 한국의 DX KOREA처럼 큰 무기 박람회가 있어요. 이 시기가 되면 전 세계 바이어와 셀러들이 죄다 모여드는데, 몇 년 전 거기서 굉장히 창의적인 저항이 있었어요. 활동가가 단순 행인인 척하면서 무기 셀러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영국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 어디 가려고 하시냐” 물어보고 박람회에 가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엉뚱한 버스를 가리키면서 “저걸 타시면 된다” 하는 거죠. 그렇게 북쪽 어딘가로 보내버리는 그런 액션이 있었거든요. 물론 이게 무기 박람회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창의적인 액션으로 저항하는 거죠.
캠퍼: 골탕 먹이는 느낌이네요. 진짜 재밌네요.
용석: 오리가 비폭력의 창의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을 해줬는데 또 다른 측면에서 말을 얹자면, 예전에 집회 다닐 때 무조건 사수대를 꾸려서 경찰과 투석전을 하든 막 몸싸움을 하든 싸우고 그랬는데 저는 그런 데 나가는 게 늘 무서웠거든요. 내가 힘으로 이길 수 없고, 맞기도, 때리기도 싫었어요. 또 그런 방식의 싸움에서는 그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저항이 계획되고 진행되고요. 저는 비폭력 시민 저항을 병역거부를 통해서 만났는데, (물론 병역거부도 당시에는 감옥에도 가야 되고 했지만) 힘없는 사람도 할 수 있으면서 폭력이 아닌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 면에서 훨씬 더 참여의 폭이 넓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훨씬 더 민주적인 방식이기도 하고요.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민주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항운동의 주체, 주인이 될 수 있는 방식이었다는 점이 저한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비폭력 시민 저항의 큰 매력이에요.
하이라이트❷: 최근 한국의 시위
캠퍼: 2024년 동덕여대 공학반대 시위,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총구를 잡았던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등 이러한 저항이 폭력이다, 또는 잘못된 방식이다, 하는 얘기들도 있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오리: 제 기억으로는 한국에서 비폭력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게 2008년 촛불시위 때예요. 그전에는 얼마나 얘기가 됐는지 잘 모르겠네요. 근데 저는 그때도 논의가 잘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때의 비폭력은 ‘질서를 잘 지키는 것’, ‘스티커를 전경 버스에 붙였다가도 시위가 끝나면 깨끗하게 떼주고 가는 것’, 이런 식으로만 논의가 됐거든요. 하지만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비폭력은 전략과 전술에 관한 문제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우리가 이길 것인가 하는 전략을 짜는 문제예요. 대규모 집회 같은 경우는 유아차까지 끌고 와서 모두가 다 참여하기를 권장하는 집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폭력이란 말이죠. 근데 거기서 누군가가 경찰의 행동에 욱해서 과격한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걸 두고 폭력이냐 비폭력이냐 논의하는 건 소모적이에요. 오히려 비폭력의 이미지를 ‘질서를 잘 지키고 법을 어기지 않는 것’으로 고착화시켜서 굉장히 수동적인 형태로 바라보게 하는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사회운동을 장기적인 전략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위험성도 있고요.
2008년 논의에서 이게 바로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폭력 저항이다, 비폭력 저항이다’, 라는 소모적인 논쟁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비폭력운동을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비폭력에 관한 논의가 아주 잘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요. 비폭력 활동을 하는 저희는 뭘 때려 부수든 어디다 불을 지르든 생명을 파괴하고 고통을 유발하는 게 아니면 비폭력이라고 보는 입장이거든요.
용석: 말 잘해야 돼(웃음). 서부지법 건물 때려부숴도 사람 안 죽였으니 괜찮은 것 같잖아.
오리: 비폭력은 비폭력이죠. 근데 그건 사회운동적 가치가 없는 거고요. 비폭력 저항운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폭력 행동이라는 것 자체는 행동이 비폭력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운동에서만 전유할 수 있는 말은 아니기는 해요. 그래서 그걸 배워서 극우라고 해야 될지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은데, 어쨌든 어떤 행위를 두고 폭력이냐 비폭력이냐 하는 논쟁은 소모적이에요.
캠퍼: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용석: 얌전하게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좋은 거고, 거칠게 해서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거친 방식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폭력의 대원칙, 그러니까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면. 실제로 굉장히 유명한 비폭력 저항행동 중에 전투기를 때려 부수거나 하는 그런 방식들도 있거든요. 망치로 두들겨 부수는 것도 얼마든지 비폭력 저항일 수 있고,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트럭에 불 지르는 것도 가능하죠.
오리: 근데 과격해야만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목표한 바가 뭐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해요. 그게 없이 단지 옛날 향수에 젖어서 ‘어떻게 피 없이 혁명이 가능하냐’ 이러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캠퍼: 근데 동덕여대 시위 같은 경우에도 학교 측 인터뷰를 보면 저항하는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했다, 아니다를 가지고 프레임을 짜서 이런 방식은 잘못됐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가잖아요. 이럴 때 맞서기가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프레임이 이렇게 되면 그건 폭력이 아니다, 라는 걸 설명해야 되고, 학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또 싸워야 되고··· 이런 식의 불필요한 싸움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서요.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세요?
오리: 지금 동덕여대 상황은 좀 어렵기는 한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동덕여대 학생분들이 여성운동 진영이랑 같이 전략을 짰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기는 하거든요. 그 시기가 지났으니 하나 마나 한 얘기이기는 한데······.
용석: 책에 나오는 것처럼 비폭력 저항이 무조건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준비와 훈련도 많이 해야 돼요. 저항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일부라도 폭력을 행사하면 전체가 다 무너지기도 하니까 굉장히 어려워요. 비폭력 저항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그렇다고 쉬운 방식은 아니에요. 오리도 말했지만 저도 동덕여대 학생들의 저항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그 방식이 효과적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얘기해볼 수 있겠죠. 어떤 방식이 학교의 폭력성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폭로하는 데 효과적이었을지, 그래서 사회적으로 학생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을지. 이런 부분에서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좀 더 고민을 많이 하고 우리도 연대했다면 좋았겠다는 뒤늦은 아쉬움은 있죠.
이게 병역거부자들 재판이나 대체복무 심사에서도 나오는데, 어떤 행동이 어느 사회에서는 폭력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혹은 한 사회 안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떤 행동이 예전에는 폭력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폭력으로 인식되기도 하거든요. 폭력은 맥락적으로 분석하고, 인식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행위 하나만 딱 잘라서 이게 폭력인지 아닌지 얘기하는 건 어려워요. 그런 프레임에서 비폭력운동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여요. 우리는 상대방의 폭력을 어떻게 부각시킬지, 어떻게 더 사회적으로 폭로하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그런 방식을 고민하니까요. 동덕여대 시위도 그 측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걸 폭력이라고 말하는 건 결코 동의할 수 없어요.
오리: 우리가 너무 듣보잡 단체이긴 하지만 폭력시위라는 프레임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이 매도당할 때 ‘동덕여대 시위는 폭력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일본은 한국의 독립운동을 폭력 시위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실제 독립운동 참여자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 운동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제국주의 폭력에 맞선 거죠. 다만 워낙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이 있을 수 있는 거고요. 우리가 비폭력 저항이라고 말할 때는 어떤 운동이 어떤 방식을 핵심에 두고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용석: 근데 동덕여대는 100퍼센트 비폭력이지.
오리: 동덕여대 시위가 폭력이면 한국에서 있었던 모든 민주화운동은 다 심각한 폭력이에요.
하이라이트❸: 여성평화운동
캠퍼: 최정민 선생님은 여성평화운동을 하기도 하셨잖아요. 아무래도 한국의 군사주의가 징집제하고 긴밀하게 엮여 있다보니 군사주의를 남성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공고하기도 한 것 같은데요. 여성평화운동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오리: 여성평화운동 하면 대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도 그렇고 한국군 위안부도 그렇고) 위안부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군 가산점 제도도 있고. 또 최근에는 여성 징병제 논쟁도 있었고요. 2003년에 이라크 전쟁 반전운동이 있었을 때는 전쟁에서 여성들이 겪는 피해를 드러내고자 하는 운동들이 있었어요.
권인숙 선생님이 한창 학자로 활동하실 때, 《대한민국은 군대다》처럼 군사주의가 어떤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그게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고 한창 그런 논의가 있었는데요. 그렇게 쭉 여성평화운동이 이어져왔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같은 단체들이 여성평화운동을 쭉 해왔어요. 평화운동 진영에 남성평화운동은 없는데 여성평화운동은 있다는 점. 전쟁으로 인해서 누가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 그다음에 사회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고통받았던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 배제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평화운동이라는 평화운동의 조류가 있는 것 같아요.
여성평화운동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사실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은 그 카테고리 안에 있는 활동은 아닐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을 그래도 여성평화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활동을 하거든요. 병역거부운동을 (용석을 가리키며) 얘 같은 남자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걸 지원하는 운동으로 좁게 볼 수도 있지만, 또 얘 같은 남자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군대의 상명하복적인 문화를 체화하지 않으면 함께 살아가기에 ‘덜 한남’이 되기 때문에 저한테는 좋거든요. 좀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전쟁없는세상의 운동도 저는 여성평화운동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용석: 사실 한국의 평화운동가들이 대부분 여성 활동가예요. 지금 한국 평화운동에 남성 활동가를 공급하는 단체는 조금 과장하면 전쟁없는세상밖에 없어요(병역거부운동의 영향). 여성평화운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여성이 하는 평화운동이라고 한다면 그냥 평화운동 자체가 여성평화운동이에요. 주요 활동가들 중에 남성이 극히 드물어요.
오리: 평화운동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운동 대부분에서 대표들 말고, 실제 지금 뼈대를 이루고 있는, 척추가 되는 활동가들은 대부분 여성 활동가가 많아요. 평화운동은 특히 더 그렇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