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특집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곧 다가올 '3/8 여성의 날' 특집호로 인사드려요.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당시 노동자들은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어요.
이번 3월 8일 '여성의 날'의 바로 다음날인 3월 9일은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여혐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존하는 차별에 관해 무지(혹은 무시)한 발언이 무려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여성의 날 다음날이 대선이라니…." 같은 한숨 섞인 의미화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발언도 있었죠.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한 질문에 왜 대답 안 하나."라는 질문에 유력 대선 후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거 대답하면서 시간 쓰기 싫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오월의봄 구성원의 이야기입니다. 여성 의제는 오월의봄에게도 중요한 주제예요. 여성들과 연대하며 공통의 문제를 응시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나가려 합니다. 여기 만두맨, 가내수공업자, 편집자, 편독자, 캠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소회를 말하고, 한때 했던 고민을 나누고, 만든 책,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을 이야기합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계속 '그런 데'에 골몰하며 시간을 써나가려 합니다. 함께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떠올린 시 두 구절을 놓고 갈게요.
네 분노를 따라가는가. 너의 사랑을 따라가는가. 동지, 라고 부를 것 같애.
한 번만 더 내 가슴을 장작처럼 패면 네가 될 것 같애. (김행숙, <너의 폭동>)
발이 더 무거워졌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너는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안미옥, <생일 편지>)
🔥 오늘의 '그런' 사람들 이야기 🔥
✦ ‘그런 데’ 시간을 써온 자의 짧은 소회_만두맨 L
✦ 갈팡질팡 북디자인_가내수공업자 C
✦ 우리는 '그런' 책을 만들며 시간을 보냅니다_편집자 J
✦ 젊고, 아프고, 일하고, 글쓰는 여자들_편독자 L
✦ 퀴어한 여성의 날!_캠퍼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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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맨 L 🥟
‘그런 데’ 시간을 써온 자의 짧은 소회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폭탄 같은 발언을 해놓고도 거 발언에 대해 시간을 쓰기 싫다는 유력 대선 후보 누구와는 달리, 저는 출판사에 입문한 이래로 계속 ‘그런 데’ 시간을 써온 여러 편집자 중 하나입니다. 운동권이 한 줌이라면, 페미니스트는 한 줌 오브 한 줌(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나더러 박근혜 찍을 거냐고 비아냥거리며 물었던 네놈들…. 잊지 않고 있다)이었던 어둠의 시절과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계에 입문했을 때, 출판계 역시 페미니즘의 암흑기(출판계에 한정해서 보자면 ‘페미니즘 리부트’를 떠올려봤을 때 ‘여명기’가 더 정확한 말일지도 모르겠군요. 해 뜨기 전이 제일 어둡다고들 하니까요) 같은 느낌이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광화문 교보에 누워 있는 페미니즘 도서 한 권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페미니즘 도서 기획안을 가져갔더니 “페미니즘은 중산층 여자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라던 어떤 상사의 되먹지 못한 말을 듣고 귀를 씻어내고 싶었던 장면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러면서도 2000년대 중·후반~2010년대 중반까지 제가 기억하는 그 암흑기에도 분노와 유쾌함을 안고 구원처럼 ‘페미니즘 같은 걸’ 해왔던 저자, 역자, 동료 편집자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인문사회 분야의 도서 역시 사회 흐름과 기민하게 상호작용하는지라,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학술/교양, 국내서/번역서 할 것 없이 다양한 페미니즘 도서가 쏟아지고 있고, 페미니즘적 시간을 견지한 책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출간되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오월의봄도 빠지지 않는 출판사고요. 좋은 페미니즘 도서가 여러 층위에서 소개되고 있기에, 어떤 책을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가끔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곧 있을 대선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그런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정말 쉴 틈을 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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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내수공업자 C 🎨
여성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갈팡질팡 표지 디자인
: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작업에서 했던 이런저런 디자인적 고민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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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책의 표지 디자인을 시작할 때, 담당 편집자와의 대화 속에서 표지 디자인의 좌표를 설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내 머릿속의 좌표란, 왼쪽 끝에는 세계문학전집표지가 있고 오른쪽 끝에는 명랑코믹스 표지가 있달까? 이 책은 분명 오른쪽 어딘가에 위치할 것 같긴 한데 어디에서 멈춰야 할까? 분명 난항이 될 조짐이 보인다. 대체 이기적 섹스가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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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여성지 뒷편 칼럼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로. 역시 담당 편집자(현 오월의봄 편집장 이정신)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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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저자인 은하선 작가가 보내준 그림들은 세상 처음 보는 것들이다. 이 이미지들 때문에 조금 혼란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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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일단 닥치는 대로 깨물어 본다. 저자가 준 이미지도 활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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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이쯤 되니 슬슬 미쳐가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기적 섹스란 여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말하고, 요구하는 것이고, 그러면 섹스가 재미있고 즐거울 것이라는 점. 이제 정리가 되어 간다. 재미있고 즐거운 곳! 놀이동산의 모티브를 표지와 본문에 녹여보기로 결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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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본문의 이미지들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니 표지도 자연스레 잡혀간다. 제목은 롤리팝처럼, 부제는 초콜릿 시럽처럼. 귀여운 섹스토이 트럭도 등장.
아, 이제 끝! 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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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이런 나열식 제목을 언제 해보랴. 나는 신나서 꿈틀꿈틀 제목을 연달아 타이포그래피 했다.
역시 너무 오버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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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남성 특권, 여성 혐오…. 적나라하고 세다! 그럼, 나도 타이포그래피로 한번 질러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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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J ⏰
우리는 ‘그런’ 책을 만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를 뭐하러 쓰냐고? 글쎄 그럼 시를 뭐하러 안 쓰지?” 최승자 시인의 말입니다(『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여러분도 일과 관련해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런’ 책들을 왜 만드느냐는 질문입니다. 글쎄, 왜지?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다가 ‘왜 만들면 안 되지?’라는 답을 하고 싶은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유와 평등과 해방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책과 이야기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책을 내고 있고, 저는 그 책들을 만들고 읽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내 삶도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오월의봄에서는 페미니즘, 젠더 기반 폭력, 여성성, 남성성, 여성과 노동, 여성과 역사, 모성, 이주여성, 장애여성, 퀴어 관련 책들을 꾸준히 내며 여성과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오월의봄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지가 담겨 있죠. 그러고 보니 우리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책을 내는 출판사도 없다고 생각해요.😋 쑥스럽지만 여성의날을 맞아 우리의 목록을 넘겨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그간 만든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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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는 삶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공감 지음
‘장애여성’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그냥 ‘여성 장애인’이라고 하면 되지 왜 ‘장애여성’이라고 할까요? 이 책을 기획한 장애여성공감은 젠더와 장애가 교차하는 ‘장애여성’이란 말을 운동적 지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소수자 운동, 사회정의 운동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 단어에 깃들어 있는 거죠.
책 제목처럼 이들의 몸은 ‘어쩌면 이상한 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대비시키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의 몸은 이상할(queer) 뿐입니다. 책에는 10명의 ‘이상한 몸’ ‘관계 맺는 몸’ ‘경계를 넘는 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장애운동, 장애여성운동을 꾸준히 해오며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멋있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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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주여성 이야기 2부작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엮음
“한국 사회는 왜 우리의 존재를 모르나요?”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합니다. 이주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는 이주여성들의 생존 분투기입니다. 통제, 경제적 착취, 폭력, 강간 등 학대받는 이주여성들의 참혹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마치 이들이 무슨 일을 당하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로 간주하는 거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귀환이주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귀환이주여성’이란 결혼이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본국으로 귀환한 이주여성을 말합니다. 폭력 피해를 겪거나 한국인 배우자와의 이혼으로 인해 체류자격이 박탈되어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귀환 이후의 삶은 어떨까요? 책에 나오는 한 여성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돕니다. “한국에 와서 더 고생할 줄은 몰랐어요.” 귀환 이후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책에 이어집니다. 한국 사회는 더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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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먼저다”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다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2007년 참여정부가 차별금지법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보수진영에서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고 하며 반대를 심하게 했죠. 결국 참여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성적 지향을 비롯해 7개 항목을 슬그머니 지우고 차별금지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만들어지지 못했죠. 양상이 지금과 똑같지 않나요? 당시 언론들은 도대체 차별 피해 사례가 뭐가 있냐며 묻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럼 그 사례를 알려주마’ 하고 만든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비혼모, 트랜스젠더, 레즈비언과 게이, 이주자, 청소년과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만나 그들의 차별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이 전언들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수신되기를 희망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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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독자 L 💌
젊고, 아프고, 일하고, 글쓰는 여자들*
: ‘고통’과 ‘고통’이 만나 빚어내는 것들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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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아픈 몸, 무대에 서다』
조한진희×다른몸들 기획, 나드 외 5인 글, 오월의봄, 2022.
2019년 여름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적잖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을 때, 저는 원치 않던 병가를 마치고 겨우 업무에 복귀해 더듬더듬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질병 경험을 연극이라는 형식으로 펼쳐낸 여섯 배우들은 다른 수많은 아픈 몸들을 흔들어 깨웠죠. 저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4기 유방암 생존자인 ‘쟤’ 배우가 써내려간 ‘질병 이후’는 ‘아픈 여성 노동자’가 사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적확히 짚어냅니다. 젊은 여성을 생계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자/경제적 의존자로 규정짓는 사회에서 아픈 젊은 여성은 ‘아픈데 왜 일하냐’는 손쉬운 핀잔의 대상이 됩니다. 각종 경제위기 국면마다 젊은 여성이 해고 0순위가 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젊은데 ‘아프기까지’ 한 여성들의 노동은 대체 얼마나 위태로울지, 아니 대부분은 그마저도 완전히 박탈당한다는 것을요. ‘쟤’ 배우는 이 혹독한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젊고 아픈 여성의 권리(노동권) 선언이, 그 단단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았으면 합니다.
➋ 『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 정은주 옮김, 마티, 2022.
20대에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경험한 저자가 자신처럼 ‘젊고 아픈’ 여자들의 이야기를 기록, 수집한 책입니다. 저자는 젊고 아프고 퀴어인 여성, 젊고 아프고 흑인인 여성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이들의 몸에 다가갑니다. 질병 때문에 겪는 불편과 압박 역시 성별, 정 정체성, 인종, 계급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선명히 보여준 대목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일들을 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젊은 여성은 …… 직업과 경력, 예금 계좌에 돈이 모일 가능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냥 여성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출신 배경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또 차별을 받는다면 경제적으로나 다른 부분에서나 평등한 기회를 얻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155)
➌ 『언다잉』
앤 보이어, 양미래 옮김, 플레이타임, 2021.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다.”(15) 이 단 한 구절만으로도 논픽션 역사에 길이 남을 책 아닐까요? 저의 2021 올해의 책이기도 합니다. 플레이타임 출판사의 번역서 표지와 원서 표지 모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굉장하다는 점도 꼭 언급하고 싶네요. ‘핑크빛 리본’으로 포장되는 유방암 서사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증언과 통찰들은 그야말로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정도예요. 가장 인상깊은 건 역시나, 고통을 자신의 몸에 묶어두지 않는 앤 보이어의 태도이고요. 암을 둘러싼 거대한 산업과 사회 시스템, “신자유주의적 자기 관리”에 기초한 치유/생존 담론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이 전례 없는 ‘투병기’의 호흡과 리듬을, 꼭 직접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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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고 아픈 여자들』 책 제목에서 착안한 제목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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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한 여성의 날!
: 시스젠더-이성애-비장애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여성’ 앞에는 참으로 다양한 말들이 붙지 않나 싶습니다. 이주여성, 장애여성, 퀴어여성 등으로 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중첩되는 차별과 함께 여성 안에서도 쉽게 주변부로 밀려나는 이 여성들을 중심에 놓는 책들에 점점 더 마음을 빼앗기는 듯해요. 그중에서도 퀴어여성을 위한 책 세 권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덧붙여 앞으로 더 많은 퀴어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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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퀴어, 젠더, 트랜스』 (리키 윌친스 지음, 시우 옮김, 오월의봄)
여성성에 관한 규범 때문에 힘겨웠던 적이 있나요? ‘여성’이라는 범주에 의문을 가진 적은요? ‘생식기’를 기준으로 ‘여성’을 정의한다는 데 이의는 없으신가요? 젠더 표현과 젠더 정체성에 대한 권리인 젠더권을 주장한 트랜스젠더운동가 리키 윌친스는 여성 아니면 남성이라는 납작한 젠더 이분법을 논의의 중심에 놓습니다. 젠더 이분법, 그리고 ‘여성’ 안에서도 정체성을 중심으로 위계가 만들어지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마세요.
➋ 『성서와 동성애』 (김진호 지음, 오월의봄)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려 15년째 미루는 ‘사회적 합의’의 의미는 ‘보수 기독교계와의 합의’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이들의 손에서 성서는 혐오의 무기가 되지요. 이 책은 성서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 구절, 딱 그 세 구절을 해석하고 있어요. 민중신학자 김진호 선생님이 ‘성서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나요? 심지어 여자와 여자의 동침은 아예 언급이 없는데도요? 한번 제대로 뜯어봅시다’ 하고 쓴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➌ 『망명과 자긍심』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 · 제이 옮김, 현실문화)
“단일 쟁점에 매몰되는 정치가 아닌 광범위한 교차성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연대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망명과 자긍심』을 쓴 일라이 클레어를 소개하는 책날개 속 한 문장입니다. 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장애, 환경을 포괄하는 다중 쟁점적 사유를 이 책만큼 유려하게 써낸 책이 또 있을까요(있다면 제게도 꼭 알려주세요). 한 사람의 몸과 삶은 결코 단일 쟁점으로 정치화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이 책이 더 많은 여성들의 연대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으며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스포를 하자면, 일라이 클레어가 “뒤흔들릴 준비를 하라”는 말로 추천하고, 이 책을 옮긴 전혜은 · 제이 선생님이 또 한번 번역으로 합을 맞추는 《Care Work》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질병과 장애가 있는 유색인 퀴어 예술가이자 장애정의운동가인 Leah Lakshmi Piepzna-Samarasinha의 책인데요. 『망명과 자긍심』과 함께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일 겁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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