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초여름이 올 듯 말 듯한 선선한 날씨를 잘 즐기고 계신가요? 6월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기다리고 있어요. 오월의봄은 작년에 이어 도서전에 참가합니다. 작년에 많은 독자님들께서 기대하고 찾아주셨던 만큼 올해도 알차게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됩니다. 6월에는 도서전 준비 관계로 18일, 25일 레터를 발행할 예정이에요. 도서전에서 함께 소개할 신간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아래 보여 드리는 책들을 잘 살펴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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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사회학》을 읽으며 알게 된 몇 가지
🚶♂️ 산책자
● 돌봄이란 무엇인가?
사실 저는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막연하게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죠.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만 생각했을 뿐, 돌봐야 할 대상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돌봄은 ‘돌봄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상호행위’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돌봄을 받는 사람의 니즈가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이지요. 즉 나의 돌봄 행위보다 내가 돌봐야 할 대상의 ‘니즈(필요)’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책은 또 ‘돌봄은 노동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저처럼 돌봄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면 돌봄은 ‘고역’이 될 수 있고, ‘강제노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를 겪기도 했지요. 그렇게 되면 돌봄을 받는 사람도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다음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돌봄은 제3자인 타인에게 이전 가능한 노동이다’라는 것, 즉 가족이 아니라 타인에게 돌봄을 맡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아니면 누가 돌보나?’ 누구나 떠올릴 만한 질문이죠. 저자는 ‘가족 돌봄’의 모순을 길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가족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하고, 가족 돌봄은 바람직하지도 당연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그럼, 누가 돌봐야 하나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일단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돌봄과 인권
저는 실제로 돌봄 행위를 할 때 ‘인권’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저 ‘무엇을 해야 하나’만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많은 걸 놓쳤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인권적 관점에서 돌봄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네 가지 권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① 돌봄을 할 권리. ② 돌봄을 받을 권리. ③ 돌봄을 하라고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④ (부적절한) 돌봄을 받으라고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①과 ②는 당연한 권리이지요. ③과 ④는 어떻습니까? 돌봄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강요를 받으면 돌봄 행위는 그 자체로 ‘폭력’과 ‘억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돌봄을 받는 사람은 하는 사람보다 ‘약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돌봄은 그 자체로 언제나 좋은 것이 아니다. 과도한 돌봄, 부적절한 돌봄, 돌봄을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돌봄은 억압이자 강요다.”
● 일본의 좋은 시설
① 유니트 케어
요즘 길을 걷다보면 요양원,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명이 한방을 쓰는 다인실이 기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책에서 ‘유니트 케어(Unit Care)’ 시설을 접하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시설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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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모두가 개인실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개인실 필수), 6~8개의 개인실이 한 유니트가 되어 돌봄을 받는 방식입니다. 한 유니트에 거실과 주방, 화장실, 목욕시설 등이 제공되죠. 즉 자기의 방이 있는 가정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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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 케어 시설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나 봅니다. 시설의 다인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들은 고령자가 개인실로 옮겨가면 외롭고 쓸쓸해한다거나 개인실에 틀어박혀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림 2〉를 한번 보시죠. 다인실에 입주한 고령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는 입주자들과 등을 지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피하며 지내는 것이죠. 소음 등 여러 갈등 요인도 존재하구요. 저도 실제로 병원 다인실에서 이런 풍경을 여러 번 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유니트 케어를 경험한 이용자들은 “원래 있던 다인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당사자라면 다인실과 개인실 중 어디를 선택하겠습니까?
② 공생 돌봄
1993년 퇴직 간호사 3명이 힘을 합쳐 연 ‘고노유비도마레’라는 시설이 있습니다. 창업자들이 개소 때부터 내세운 신념은 ‘공생 돌봄’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나 노인, 장애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곳의 신념은 ‘언제든 누구든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용을 신청하면 거절하지 않고,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잠시 머물다 갈 수 있고,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돌봄, 즉 개별 돌봄 방식과 저자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용자 중심의 돌봄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책에는 이외에도 모두가 노동자이자 경영자인 비영리‧협동 시민사업체 워커즈콜렉티브와 생협에서 운영하는 돌봄 사업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활동 목적이 ‘비영리’인지라, 구성원들은 헌신적으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들 단체의 이념과 목표가 깊고, 단단해 한국의 생협과 협동조합에서도 많이 참조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자는 이들의 활동에도 모순이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높은 윤리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지극히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헌신으로만 이뤄지는 돌봄은 한계가 분명하니까요. 아무튼 시설 돌봄, 집단 돌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국에도 유니트 케어와 공생 돌봄 방식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밖에 ‘당사자 주권’ ‘페미니즘적 시각’ 등 이 책에는 배울 게 참 많았습니다. “왜 돌봄노동의 가격은 싼가? 왜 돌봄노동의 가격을 올리려고 하지 않는가?”라고 저자가 반복해 던지는 질문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돌봄노동에 대한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으면 돌봄노동의 미래는 어두울 테니까요. 돌봄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해주는 좋은 책인 건 분명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서점에서 책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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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자연스러운 만남
지난 주 금요일, 드디어 화제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전 질문부터 수십 개가 넘고, 신청자도 역대급으로 많았던 두 책이 만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이번 북토크의 제목처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오월의봄에서 출간된 《인생샷 뒤의 여자들》과 반비에서 출간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둘 다 여성들의 사진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여성의 사진문화를 깊이 살펴본 두 연구가 출간되었다는 것에는 그간의 '셀피' 연구에서 자존감 문제나 나르시시즘, 완벽주의 문제로 이를 바라보며 여성들을 과시욕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 허영심으로 가득한 질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른 관점과 분석을 제시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과 갈증을 갖고 계셨던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뜨거운 현장이었어요.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두 책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기에 한 권의 책을 먼저 읽으신 독자께서 다른 책도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요. 두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물론 공유하고 있는 범주가 있기도 하지만, 김지효 선생님(인생샷 뒤의 여자들)께서 인터뷰한 여성들은 그야말로 인생샷에 '미쳐 있는' 뜨거운 여성들인 한편 황의진 선생님(빈틈없이 자연스럽게)께서 인터뷰한 여성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훨씬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쿨하고 무심한' 여성들이거든요. 물론 여성의 모습이 단일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해도 이 간극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서 북토크가 무척이나 기다려졌답니다.
북토크는 두 저자의 대담으로 진행되었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사진 찍는 여자들을 살펴보게 된 이유
◌ 여자들의 '자기사진' 혹은 셀카에 내포된 위험
◌ '자기사진' 혹은 셀카를 찍는 여성들의 욕망과 즐거움
◌ 두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들
◌ 연구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이렇게 다섯 주제로 질의응답을 이어가다 보니 그간 피어났던 질문에 대한 답이 풍성하게 채워졌는데요! 인생샷으로 시작해 여성들의 갈팡질팡 욕망 사이에서 '나는 어떤 타인과 관계 맺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달려가는 《인생샷 뒤의 여자들》과 자기사진으로 시작해 '촬영자의 손에서 벗어나 예기치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과정'에 주목하게 되는 《빈틈없이 자연스럽게》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분명함 속에서도 우리는 반드시 연결될 지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사진으로 시작해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갈 수 있는 두 책을 꼭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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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와요!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이슬기 지음ㅣ214쪽(예상)ㅣ17,000원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다 엄마 탓이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엄마가 되는 순간 맞닥뜨리는 세계는 어째서 이토록 공고하게 이상한 걸까?
이 책은 임신 29주 만에 아이를 낳은 저자 이슬기가
어떻게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지독하게 얽혀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 한복판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밀쳐내고 협상하는
꿋꿋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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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도서전
◌ 기간 6월 26일(수)~6월 30일(일)
◌ 장소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코엑스) C&D홀
◌ 오월의봄 부스 번호 J16
도서전 주제, 후이늠(Houyhnhnm)?
심술, 둔감, 무지, 변덕, 호색, 오만, 고집, 무례, 비겁, 야비, 잔인, 사악, 거만, 비굴, 추악, 교활과 같은 말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런 어두운 면들은 인간이 자기만 더 먹고, 더 갖겠다는 욕망을 만들고 서로의 이해에 따라 편을 가른다. 침략, 약탈, 살인과 전쟁은 어둠의 가장 비참한 결과이다. 걸리버는 여행에서 이런 면이 전혀 없는 종족, '후이늠'을 만난다. 이성적, 상식적으로 완벽한 ‘후이늠’의 세상을 만들면, 우리는 전쟁을 그칠 수 있을까? 유능한 인공지능은 우리 미래에 ‘후이늠’이 되어 줄 것인가? ‘후이늠’의 세계가 해법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우리는 배려, 민감, 지혜, 믿음, 사랑, 유연, 예의, 용기, 격조, 품위, 인정, 겸손, 아름다움, 정직 같은 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지도를 그린다. 지난 300년간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길을 찾아 헤매었던 걸리버, 사람과 같은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인 제돌이와 함께 출발했다. 95년 만에 저작권의 굴레에서 벗어난 미키 마우스에게도 길을 청했는데, 여전히 상표권에 매여 있어 뒤에 숨어 함께 간다. 함께 나선 독자들과, 뒤에 숨어 따르는 모든 이들이 걸리버의 발자취를 따라, 후이늠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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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까지, 마지막 특별가 기회!
온라인 티켓 약 30% 할인가로 구매하실 수 있는 링크도 아래에 남겨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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