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기획 단계부터 출간 이후까지 편집자와 마케터는 짝을 이루어 이런저런 업무를 함께하는데요. 물론 책이 세상에 나오고도 함께 책을 알리기 위해 고민하지만, 편집자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러 업무에 주력하고, 마케터는 책이 여러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알리는 데에 골몰합니다. 지난주 출간된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를 편집한 캠퍼가 이제 마케터 모래에게 바통을 넘겨줬는데요. 오늘 레터에서는 두 사람이 책을 만들면서, 책을 알리기 위해서 원고를 읽으며 한 생각을 나눕니다. 한창 인쇄되고 있는 신간 소식이 하나 더 있으니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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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바통터치 ➡️ ➡️ ➡️
내가 더 사랑해!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를 편집한 🏃캠퍼의 편집 후기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말하는 여자 이야기를, 우리는 제대로 들어본 적 있던가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퀴어 영화와 드라마가 있는지에 대해서는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오로지 영화나 드라마 안에만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사실은요? 현실에선 좀처럼 보이지도 말해지지도 않는 감정과 욕망과 관계들이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펼쳐질 때, 화면 속에만 있는 '내 이야기'를 찾아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기억이 여러분께도 있지 않은가요?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고백으로 시작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난 상당히 오랫동안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들어가며에서)
고백인가, 선전포고인가? 헷갈릴 지경의 이 비범한 자부심은 도무지 그다음 문장을 읽지 않고는 못 베기게끔 마력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 책의 가제였던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을 단번에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로 엎어버린, 엄청난 첫 문장이었던 것이죠.
퀴어 콘텐츠라면 닥치는 대로 먹어온 한 여성 퀴어 페미니스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하다' 싶을 만큼 여자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는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전 애인이나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아니라, 모두 화면 속 여자들입니다. 잠시 차례를 보자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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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어떤 책인지 바로 감이 오시죠? 퀴어 콘텐츠 초심자에게 훌륭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정보량을 담아내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녹아든 한 레즈비언의 희로애락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에세이입니다. 차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놓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살아남자는 든든한 책이기도 하고요. 내가 더 사랑해! 오기 반, 기대 반으로 읽으면 딱 좋을 책이지요.
이 책을 만들면서 정말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보고 싶어졌고, 이래저래 용기도 많이 얻었어요. 이런 여자들이, 이런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 이 뒤에 무수한 창작자들이 있고,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갈구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이고, 그런 원고를 제가 편집한다는 사실이······ 좀 낭만적인 소리처럼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 감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먹어치운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비록 저는 제때에 이 책을 만나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이 책을 그런 갈급한 상황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참 기쁘고 다행이다 싶습니다.
어제는 금개와 아장맨님의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에 박주연 기자님이 게스트로 출연했어요. 조만간 업로드될 생방여 콘텐츠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독한 여자 사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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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통터치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를 마케팅할 🏃모래의 다짐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상하게 그 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어요.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그날 본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온통 남자 주인공이었던 현빈에게 푹 빠진 이야기만 계속했습니다. 저는 어색하게, 그러나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어요. 제 가슴을 콩닥이게 한 사람은 현빈이 아니라 이연희라는 사실 때문이었죠······. MP3에는 극 중 이연희 배우가 맡은 역할 '은환'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넣고 계속 들었습니다(좀 이상하죠). 그는 너무 아름다웠고, 당찼고, 또······ 아무튼 친구들이 계속 현빈이 잘생겼다고 하니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그를 좋아해야 할 것 같아 버디버디 아이디를 작명할 때 '현빈'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계속 비밀을 간직한 것만 같았어요. 이 얘기가 왜 나오느냐 하면, 바로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의 '들어가며'에 이런 문장이 나오기 때문이죠.
"중학생이 되자 친구들이 너도나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을 이야기 하며 'OO 부인'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면서도 동질의 감정을 나눌 때, 난 내 욕망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 (...) '왜지? 왜 다른 애들은 나만큼 여잘 좋아하지 않는 거야? 여자들이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내 안에 풀리지 않는 의문과 물음이 쌓여갔지만, 그 답을 찾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고 생각했어요. '〈백만장자의 첫사랑〉을 보고 내가 두근거린 다음 날에 이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혹은 '이런 책이 있었다면, 누군가 나에게 그 책을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저는 그 '누군가'에 가까워지고자 슬슬 비장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첫 주자는 제가 아니라 바로 이 책의 저자 박주연 선생님이었는데요. 저자 선생님께 바통을 이어받은 캠퍼 편집자님께 다시 바통을 이어받아 달려보려고 합니다.
6월 프라이드먼스가 다가오고 있고, 저희는 이 책으로 이런저런 재밌는 일을 벌이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저는 이 책의 유쾌 통쾌 발랄 명랑의 기운을 받아 끌고 가자고 다짐했고요.
이 책의 가제는 《내가 사랑한 여자들》이었어요. 오월의봄의 《변신하는 여자들》 《인생샷 뒤의 여자들》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의 뒤를 이어 '여자들' 시리즈에 합류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이 책의 원고에서 느꼈던바, '이거 그냥 보통 사랑(주접)이 아니잖아?!'를 꼭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캠퍼 편집자님과 의논하면서 '아무도 나만큼 여자를 사랑할 수 없어!' 같은 뉘앙스의 제목이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다 지금의 제목이 결정되었고요. 아주 나른하게(〈아가씨〉의 히데코처럼)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이것도 어울리고, 당당하게(〈세이빙 페이스〉의 비비안처럼)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도 어울리고, 우아한(〈마인〉의 정서현처럼)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요)."까지 어울리는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여자사랑단'의 은근한 도전정신까지 끌어올릴 수 있겠다고도요. 준비되셨나요?
이제는 비밀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멋지고 미쳤고 사랑스럽고 엉망인 여자들을 찾아다니며 발견할 때마다 좋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아직 제게는 갈증이 남아 있었어요. 여전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또 우리가 모르고 있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화면 속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아직 우리에게 더 많은 여자들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책은 제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답니다. "우리에겐 이 여자들도 있었어"(3부 제목)
이 책을 반가워할 사람들과 이 책이 함께 오래오래 살아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의 마지막 소제목 '엔딩까지 살아남기'처럼요. 책에 등장하는 박주연 선생님과 화면 속 여자들을 반가워하며, 그리하여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더욱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며, 계속될 여자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이 책을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바통을 들고 달려야겠죠? 손에 꼭 쥐고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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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사회학》이 인쇄 중입니다!
🚶♂️ 산책자
“역시 우에노 지즈코다. 대단하다.”
조사 기간 10년, 방대한 현장조사, 정교한 이론
우에노 지즈코 사회학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지평!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돌봄을 실천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 유명한 우에노 지즈코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이지요. 국내에도 소개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독신의 오후》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일찍부터 ‘돌봄’ 문제, 즉 ‘돌봄의 사회학’을 고민해온 분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다른 사회지만, 인구 고령화 속도가 그 어느 곳보다 빠른 사회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령자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1994년에, 한국은 2017년에 진입했다고 하네요. 일본이 훨씬 먼저 고령사회에 돌입했고, 제도와 실천 면에서 그 경험이 한국보다 많고 깊은 건 당연하겠지요.
한국도 본격 고령사회에 진입한 탓에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번쯤 하게 됩니다. 연로한 부모님이 아프면 어떻게 하지? 내가 늙었을 땐 누가 돌봐주지? 저도 최근 직접 겪기도 한 문제였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오로지 그 곁에는 ‘가족’과 사비를 들여 고용한 ‘요양보호사’밖에 없었습니다. 미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알아볼 새도 없었지요. 이런 돌봄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가족 돌봄’은 오래갈 수 없고, 절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가족 중 ‘여성’이 돌봄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차별적인 요소도 다분하다고 지적하지요. 이는 어떻게 보면 수용소에서 행하는 ‘강제노동’과도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도 병원에서 본 바로는 아내, 딸, 며느리 등이 많았고, 남성 돌봄자는 극소수였습니다.
그럼, 가족이 아니라면 누가 돌봐야 하는가? 이 책의 부제에는 ‘복지사회’라는 단어가 붙어 있습니다. ‘국가’가 아니라 ‘사회’입니다. 저자는 ‘국가의 실패’ ‘시장의 실패’ ‘가족의 실패’를 전제하며 글을 써나갑니다. 국가도, 시장도, 가족도 모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동성(common)을 갖춘 ‘시민사회’, 즉 협(協) 부문에서 대안을 찾습니다.
책에는 일본 시민사업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참가자 전원이 출자자이며 노동자 겸 경영자인 워커즈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에서 운영하는 돌봄사업은 참 주목할 만했습니다. 한국은 다인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1인실을 갖춰야 하는 ‘유니트 케어’ 시설도 부러웠습니다. 장애인, 어린이, 노인을 함께 돌보는 ‘공생 돌봄’ 체계도 신선했습니다.
두꺼운 책이니만큼 참 배울 게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당사자 주권’이라는 말은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개념입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은 ‘당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어서’ 자신의 니즈를 표출하는 데까지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주체’가 된다는 의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고령자 당사자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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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X오월의봄X알라딘
《빈틈없이 자연스럽게》X《인생샷 뒤의 여자들》 콜라보 북토크 at 알라딘
빈틈없이 자연스러운 만남!
'나'를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일까? 카메라 뒤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두 책의 큰 질문을 주축으로 작가님들의 대담과 문답 시간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미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는데요. 혹시 소식을 놓치신 분들이 있을까봐 여기에도 전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24년 5월 24일(금) 저녁 7시 30분 📍 장소: 서울 중구 서소문로 89-31 알라딘 빌딩 1층 강연장 📍 패널: 황의진, 김지효 📍 참가비: 무료 📍 초대 인원: 40명 📍 신청 기간: 2024년 5월 22일(수)까지 📍 당첨자분께는 휴대폰 문자로 개별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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