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선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월의봄에 새로 나온 책 없나’ 기웃거리는 독자이자,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어서 기쁜 필자 이설기입니다. 이설기라는 이름은 필명인데, 주로 경상도 지인들이 저를 부를 때 이런 발음이 됩니다. 일곱 살 아이의 양육자이고요. 교육시민단체에서 일했고 지금도 교육운동 언저리를 맴돌면서 살고 있습니다.
Q2.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에는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어떤 지점에서 이 세계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건지 짐작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집필하면서 어떤 독자를 자주 떠올리셨는지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동안 기혼 유자녀 여성의 에세이가 봇물 터지듯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기존의 기혼 유자녀 여성 에세이가 여성의 이중 노동, 페미니즘으로 각성한 후의 가족관계 변화 등을 주로 이야기해왔다면, 저는 그동안 덜 조망되었던 측면을 비춰보고 싶었어요.
아이의 발달을 자극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명령을 맞닥뜨리는, 치유문화가 유행하면서 내면아이를 돌보는 것이 엄마의 또 다른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녀의 ‘문제행동’에 대한 비난은 엄마를 향해서만 쏟아지는…… 지금 여기에서 제가 느낀 육아문화의 ‘이상함’을 증언하고 싶었어요. 지금 여기의 육아문화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실현 불가능한지, 그래서 양육자가 얼마나 겹겹의 죄책감이나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요.
평소 블로그에 여러 종류의 글을 올리곤 하는지라, 책의 글들도 블로그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평소 교류하는 블로그 이웃들을 떠올리면서 ‘이 글은 ○○님이 좋아요 누르겠지?’, ‘△△님이 댓글 달아주지 않을까?’ 하면서요. 흐흐.
Q3.
부제에서 말하는 ‘명령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그 자체로 이 책의 구성을 이루고 있기도 해요.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다 엄마 탓이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라는 다섯 가지의 명령이 각각 한 부로 이루어져 총 5부의 구성을 취합니다. 이러한 구성이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지독하게 얽혀든 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을 잘 드러내주는 것 같아요. 이러한 명령들 중에서도 유독 큰소리로 들려온 명령이 있을까요? 책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같이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명령이 또 있다면요?
사실 한두 가지 명령에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것이 더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5부로 배치된 다섯 가지 명령 중 무엇 하나 빼고 싶지 않았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모두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들이고, 이런 구성으로 제가 느낀 혼란을 해석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는 하나의 명령으로 다루기도 했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치유문화의 유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편이에요. 심리상담이나 심리학적 언어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유년기의 가족사와 ‘내면아이’가 강조될수록 양육자의 역할이 무거워지고, 자존감과 긍정적 자아상이 중시되는 만큼 부모가 자녀가 입을 상처를 두려워하게 되는 함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치유문화와 육아문화가 만나면서 육아가 더 어렵고 복잡해진 지점을 드러내고 싶었고, 이 지점이 기존의 모성/육아 이데올로기 관련 책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육아 초기 저에게 가장 큰 혼란을 주었던 명령은 ‘발달을 자극하라’와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라는 명령의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발달을 자극하고 아이의 소질을 계발해주라는 명령은 점점 더 거세지는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공감하라는 명령이 들려오거든요. 공감육아법, 감정코칭, 자연주의 육아법 등의 영향으로 점점 더 촘촘하게 만들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혼란스럽게 다가왔어요. 발달 자극에 매진해도 아이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에 매진해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어쩌라고!!”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왔어요.
Q4.
1부~4부 말미에 배치된 다른 여성-엄마들(서리, 울림, 달리기, 기빙트리)과의 인터뷰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 사회와 여성‘들’의 이야기로 더욱 확장합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위치, 상황이 제각각인데도 너무나 비슷한 감각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엄마라는 세계가 얼마나 이상한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듯해요.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와 인터뷰 원고를 쓸 때 유의하신 점이 있었나요? 이 책에 인터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큰 틀에서 볼 때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서의) 피해의 서사잖아요. 피해의 서사가 빠질 수 있는 자기연민이나 나르시시즘을 경계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처음에는 굉장히 건조한 톤으로 썼어요. 그런데 실제의 저는 꽤 유머러스한 사람이고(그렇다고 말해줘요……) 이 유머러스함을 살리는 게 피해의 서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순적인 명령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 어찌 보면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뷰가 아닌 제 글들은 조금 더 재기발랄한 톤으로 쓰게 되었어요.
인터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제가 만나고 교류한 이 여성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저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고군분투가 짙게 드러나는, 저의 이야기가 드러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여러 겹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 그런 것도 있었어요. 제 이야기는 엄마를 향한 명령들 앞에서 ‘어? 이거 뭐지? 이상한데?’ 하면서 어버버하는 것이었다면, 제가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에는 ‘사이다’도 있었든요.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요.
한의원에 갔다가 선생님께 물어봤어. ‘아이가 요새 틱 증상이 심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틱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으니, 엄마의 양육습관을 돌아보라는 거야. 내가 순간 울컥해서 물었어. “엄마의 양육습관을 돌아봐야 하면 아빠의 양육습관은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양육습관은요? 아이가 만나는 수많은 선생님과 다른 어른들은 돌아볼 것이 없나요?” (달리기와의 인터뷰 중,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135쪽)
Q5.
이 책의 표지는 선생님의 딸 조은이 어린이의 그림으로 디자인되었어요. 본문 부표제지에도 조은이 어린이의 그림이 자리하고요. 그림 작가이자 선생님을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에 발 딛게 한 장본인으로서 이 책의 출간에 나름의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조은이 어린이는…… (한숨) 책을 보여줬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말했어요. “엄마! 내 그림이 책으로 나왔어!” 제가 말했죠. “네 책 아니야, 엄마 책이야…… 엄마 책 표지에 네 그림이 들어간 거야……” 그래도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다시 말하더라고요. “엄마!! 내 책 만들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Q6.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꽤 재미있는 책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