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링 서비스 관리 창에서는 모바일과 데스크톱의 메일 오픈 비율이 집계됩니다. 모바일로 메일을 보시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시니, 조만간 모바일로 보시는 구독자분들께서도 웹 상에서 보이는 구조로 보실 수 있도록 디자인을 손보아 볼게요. 2단으로 정렬된 것들이 모바일에서는 1단으로 보여 조금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곧 페이지를 개선해 볼 테니, 보시기에 더 편한 기기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진부해 하면서도 그러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지요. 계절로 시작하는 안부가 그렇습니다. 삼한사온은 온데간데 없고, 체감 사한일온쯤 되는 것 같은 날씨를 지나고 있습니다. 외투를 벗겼다, 입혔다 하는 기온에 툴툴대다가도 담벼락에 불쑥 끼어들어 있는 꽃봉오리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기뻐하는 날들이네요. 모두들 계신 곳에서 발견의 기쁨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맨 하단에 이벤트 소식도 있으니 살펴봐 주세요!
오늘의 <오!레터>
🍃 오마주 『나, 함께 산다』,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이야기
🍃 편독자의 달력 최옥란 열사 20주기
🍃 마케터의 책장 정리 오늘의 키워드: 글쓰기
🍃 오월의봄'es say 오월의봄 구성원의 "마감 필수템"
🎁 EV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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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것이 생소라면 생소, 대세라면 대세인 요즘. TV 속에서 관찰'씩'이나 하게 되는 '혼자'의 삶에 관한 주목들 앞에서 이 책의 제목은 『나, 함께 산다』 입니다. '탈시설'에 관한 구술기록집이에요.
탈(脫)시설이란,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하는 것을 말해요. 비장애인의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라는 존재를 배타적으로 규정해온 역사를 토대로 '탈시설'이라는 문제의식이 만들어집니다. 독립, 즉 '홀로서기'와 '고립'은 다르고, 그러한 주체적인 독립을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일 겁니다. 오늘은 『나, 함께 산다』를 통해 이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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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시설의 필요성
탈시설 필요 이유에 앞서 '시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시설은 정말 '장애인을 위한' 공간일까요?
이 책을 기획해주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는 기획의 말에 이렇게 써주셨어요. "모두 다른 이름, 성격, 얼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장애'라는 한 범주 안에 묶여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 환경 필요한 자원과 상관없이 장애를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던져지는 단일한 서비스로 충분히 살라고 합니다. (중략) 이 시설의 본질은 사회의 한 시민인 '나'로 살길 포기하고, 그저 사회가 구분 지어놓은 '장애인'으로만 살라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이며, 여전히 시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8) 바로 이 지점이 탈시설의 필요성이기도 합니다. '시설'이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은 '시설 밖'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은 시설 밖의 편리를 위해 게토와 다를 바 없는 시설 속으로 내몰립니다.
책 속 발화자 열한 명은 한 곳이 아닌 전국 각지에 포진된 시설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인데도, 이들의 진술에서는 공통된 구석이 발견됩니다. 입소부터 시설 내 일어나는 모든 방면에서 어떠한 선택도 스스로 할 수 없는 것. 설령, 자신의 의지로 시설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것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는 도무지 수가 없는 '허용되지 않은' 몸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요. 시설 입소에 관해 장애인 개인의 책임을 거론하기 위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수사적 전략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시설에는 늘 '보내졌다'라는 술어가 붙습니다.
"시설은 관리 효율이 극대화된 거주 공간이다."(35-36)
최소 인원으로 최대의 관리를 산출하려니 억압, 폭력과 통제가 작동하는 것은 부지기수입니다. 그러한 관료주의적 성격의 공간에서 자발성을 박탈당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은 위계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삶을 지속해나가게 돼요. "너를 위한 거야." 이런 말들 속에서 말이죠. 인터뷰이 중 한 분인 김범순 선생님은 "그런 데서 살다 보면 그 세상이 전부니까 알 필요도 없어져부러~"라며 억압 속 체념의 감각을 증언합니다.
📍 항거로서의 '말하기'
이 책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구술기록집이에요. 인터뷰이들이 직접 자기 경험과 생각을 발화하고, 서중원 구술기록자는 그것을 토대로 기록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어떤 발화는 그 자체가 자존이다."(242)
리베카 솔닛은 자신의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김명남 옮김, 창비, 2015)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행위를 "호명의 시도, 맨 밑바닥의 희망을 꺼내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 되돌아가지 않는 일" 이 세 가지에 빗대었으며, 구술기록가 서중원 선생님은 자존으로써의 발화를 여기에 다시 빗댑니다. 여성의 말하기뿐 아니라 이것이 모든 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시작점임을 견지하면서요. 말함으로 인해 과거로의 회귀를 거부하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가령 "나는…… 세탁소 일이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고 싶었어. 때려치고 싶었어. 그런데 눈치 보여서, 못 그만뒀어…… 눈치 보여서……"라고 목소리를 줄이며 고백하는 것(김은정), "시설 직원들이 막 우리 폭행하고 그랬어요. 억울했죠. 우리는 벌을 주면 밥을 안 줬어요. 세끼 다."라고 고발하는 것(신경수), "그 사람들도 나처럼 자립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가는 모습을 봐야 자기도 자립한다고 할 거 아냐. 하하하. 내가 자립 생활 전도사야!"라고 호탕하게 다짐하는 것(김범순)들이 그러합니다.
📍 그리하여 계속 '말하기'
계속 말해왔고,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 어제였던 24일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과 더불어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개정을 요구하는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습니다.『유언을 만난 세계』에서도 알 수 있었듯, 장애인들의 시위와 발화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닌데, 도무지 응답하지 않는 국가의 태도에 분노하게 되네요.(하...) 국가가 나서서 무시로 대응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의 무관심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며, 그렇게 형성된 무관심은 '시설에서 알아서 잘 지낼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존치시키게 될 뿐입니다.
"앞으로 폭력이 허용 안 되게 나라가 바뀌어야 해요. 어떻게? 시설 지원이 아니라 자립 생활 지원을 강화하는 걸로요. 시설 폭력을 막는 방법은 무조건 시설 수용 반대하는 것뿐이에요. 돈 없다고 하지 말고 시설 예산을 가지고 자립 지원을 하면 돼요. 자립센터들 지원하면 훨 나을 거예요. 국가가 나설 의지가 있어야 해요."(신경수) 시설 폭력을 막는 법이 폭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 수용을 반대하는 것이라니. 시설이 존재하는 한 도저히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깔린 말이 아닐까요. 실제 정부의 시설 예산은 약 5천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021년에는 정부가 탈시설로드맵 발표 후에도 장애인거주시설 신·증축에 탈시설 지원 예산의 17배를 쏟고 있다고 장혜영 의원께서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 어떻게 탈시설을?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의 탈시설 경로는 다양합니다. 선 탈시설을 한 애인 혹은 친구, 지인의 경험과 권유/ 시설 내 비리가 적발되어 생긴 탈시설의 기회/ 단체 활동가의 권유 등으로요.
"전에는 저 같은 휠체어 장애인들은 그 계단 많은 지하철을 탄다는 건 엄두도 못 냈어요. 2015년에 마침 신도림역에 엘리베이터가 신설이 되어서 전 지하철을 탈 수 있었습니다. (중략) 사실 저는 그때 체험홈 시절만 해도, 광화문에서 서명받는 줄 몰랐습니다. 자립 생활 주택으로 완전히 나오면서 센터 통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교류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설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고립된 인생을 살아온 거예요."(김진석) 시설에서 고립된 인생을 살아온 경험을 말하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진석 님의 말씀처럼, 탈시설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예요. 관련된 정보와 소식을 듣고, 경험을 공유하며 종국엔 고립을 깨고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탈시설, 그 후
"나 혼자 사니까 천국이야. 청와대가 안 부럽다! 왜긴 왜야? 내 맘대로 하니까. (중략) 나이 칠십이 되어서야 전환점을 맞았다. 그게 바로 자립이다!"라며 탈시설의 행복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골계와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신 김범순 님, 여전히 국가와 맞서 투쟁하고 있는 신경수 님,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홍윤주 님, 합병증으로 인하여 탈시설이 어려워졌지만, 시설 내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이라는 세계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소실을 전달해주는 이종강 님 등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보며 참 좋기도 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시설에서 15년을 살다 현재 따뜻한 자립 생활 주택을 마련해 신접살림 속 행복한 날을 보내면서도 여전한 차별에 부딪히는 이야기를 해주셨던 이상분 님도 떠오릅니다. 사회에서 여성에게 수도 없이 자행되는 성추행이나 하대에 장애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져 자립의 길에 제동을 걸기도 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매우 첨예한 정치적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복지 서비스 정책에서마저 장애인의 몸을 그저 물체로 간주하기 때문에 활동보조를 받게 되더라도 수치감을 일상적으로 겪게 되거나, 은근한 위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꼭 가스라이팅이나 폭력과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애착관계에서도 권력관계가 생기기도 하고요. 시설에는 그저 '입(入)'과 '출(出)' 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정 기간 갇혀 살던 세상의 전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탈시설 이후에도 관리와 개입 체계가 타이트한 자립생활센터에서는 지시를 일삼기도 합니다. 자기결정권으로의 접근이 어떠냐에 따라 탈시설의 양태도 달라져요. '장애등급제'로 장애에 등급을 매기며 수급/지원 등을 제한하는 등, 이런 한계는 "그러니까 시설에 들어가라."라는 말을 재생산할 뿐이죠.
📍 함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 그리고 응답
지난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그야말로 참혹했습니다. "너 때문에 정상인인 내가 불편하잖아."의 기조가 이 사회의 밑가락인 것만 같았고, 너무나 좌절만이 가득했습니다. 섞여 '함께' 살아갈 방법을 궁리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무시한 채 살던 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사람들. 이제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연민이나 시혜의 태도 없이, 사회 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할 때입니다. 사실은 질문하기 전부터 무수히 외쳤던 것들이지만요.
📍 인터뷰어의 치열한 고민과 아름다운 문체
탈시설의 역사와 계보의 한 가운데에서 증언해주신 인터뷰이의 말씀들도 인상 깊었고 덕분에 알게 된 것들도 많았지만, 제가 이 책을 한 번도 놓지 않고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구술 기록가 서중원 선생님 덕분이기도 해요. 단순 구술 기록뿐만이 아닌 인물에 대한 애정과 관찰력을 토대로 통찰 혹은 묘사를 정말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내셨어요. 하. 여러분, 이건 정말 문장 하나하나 읽어보셔야 느낄 수 있는 겁니다...(갑자기 격한 홍보...?)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허나 아무리 재현의 서사가 그야말로 청산유수처럼 흐른다 해도 범순 님의 강물엔 돌기가 많았다. 어느 여울목은 아예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94)와 같은 표현들이요.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고민의 말들이 꼬리를 물고 결국 읽는 이를 그 속으로 초대해 성찰하도록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닌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 장애인이라고 해서 언제나 자기 극복 미담의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 더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 가장 약한 고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결국 모든 연결고리를 잇는 방법이란 것……
모두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탈시설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나아가 장애인의 기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서둘러 오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저 역시 귀기울이겠습니다. 간절함은 때로 정말 어떤 비유도 없이 정직한 말만 나오게 하는 것 같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책 / 기사 / 영상
-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이지홍 외, 삶창, 2013)
- 『집으로 가는, 길』-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 집' 폐지 투쟁 기록 (오월의봄 4월 출간 예정)
- 1년 전 '연내 탈시설 조례 제정' 발표한 서울시, 또 거짓말 (비마이너)
- 걷지 못하는 김영미는 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을까 (비마이너)
- 장애인 시설 폐쇄법이 필요하다 (한겨레)
- 감사원 '경주시 범죄시설 봐주기 행정 문제없다' 통보에 장애계 분노 (비마이너)
-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혼자 살 수 있어? 라고 묻는다면 (씨리얼 youtube)
- 장애인 동생과 나, 시설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했다 (닷페이스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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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편독자입니다.
오늘은 저의 특별한 달력, ‘열사 달력’(feat.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을 소개해봅니다.
2022년 내내 제 책상에서 자리를 지키며, 휘몰아치는(!) 일정을 함께해줄 그런 든든한 달력입니다.
📆 열사 달력 자세히 보기
사실 달력을 핑계 삼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바로, 최옥란 열사입니다.
내일 3월 26일은 최옥란 열사의 20주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1년, 뇌성마비 1급의 중증장애가 있던 최옥란은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모순을 정면으로 폭로하며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을 꾸렸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12월의 명동성당, 그가 지닌 것이라곤 달랑 깔개 하나와 이불, 그리고 얇은 비닐뿐이었습니다. 당시 장애인운동계는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여러 첨예한 현안에 쫓기던 상황이었던지라,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직접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러나 최옥란의 의지는 강경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싸우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고, 매서운 추위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그에겐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2002년 3월 26일, 최옥란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죽기 1년 전부터 몇 장의 노트에 자신의 유서를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수신자는 아들 준호, 어머니, 동료 활동가들, 김대중 대통령. 삐뚤빼뚤한 글씨에 맞춤법도 틀린, 그래서 절대로 잊지 못할 선연한 문장들. 한 자 한 자 삶의 의지를 꾹꾹 눌러 담은 그 유서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나의 주위 계신은 동료 여러분에게 부탁이 있읍니다
네 이루어지지안는 것들을 꼭 이어주십시오”
―최옥란, 2001년 3월
그런 그의 유서 한 조각이 『유언을 만난 세계』의 표지가 되었습니다. 회사의 공용 책장에서, 저의 책상에서, 각종 서점과 이런저런 서평에서 매일같이 보는 표지이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 표지가, 표지에 담겨 있는 죽음이 매번 낯섭니다.
열사들의 이런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실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충격적이게도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언론공작을 펼치려 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아주 조금 나아지고 그보다 훨씬 많이 나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그 조금이 결코 조금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 조금에 응축된 열사들, 그리고 동시대 장애인들의 현장을 더 자주 새겨야겠습니다. 매번 낯설게, 익숙하지 않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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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자주 느끼는 저로서는 대놓고 '자전 소설 쓰는 법'이라고 하는 이 책을 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목에 '~하는 법'이라고 당당하게 명명된 '쓰기'에 대한 스킬보다는 '자전'에 마음이 동한지라, 한국계 미국인이자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알렉산더 지가 차별과 폭력의 경험 속에서도 해학을 쥐고 끌어가는 이야기에 매료되었어요. 그런 여유로운 해학이 단순 농으로 읽히지 않는 것은 그것이 담겨있는 투명한 고백적 회고가 자기 정체성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것이 자연스럽게 자기 정치가 되고 결국 '쓰기'가 된다는 지점에서 이 책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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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크노 지음, 조재룡 옮김
'언어실험'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짧은 글을 아흔아홉 가지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글의 단순 변형이 아니라는 말이 <해제>에서 발견됩니다.
* 『문체 연습』은 같은 내용을 그저 아흔아홉 가지 형태로 바꿔 쓴 것이 아니다. '파불라'라는 한 점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차이에 의해 분할되고, 반복에 의해서 끊임없이 분기한다. (160)
이 책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모임을 꾸려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형식은 고정되어도 제각각일 글을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99가지나!
이를테면, "나는 레몽 크노의 책을 소개한다."라는 문장을 <부정하며 글쓰기> 형식으로 써 본다면, "나는 알렉산더 지도 아니고, 앤 패디먼도 아니고, 존 맥피도 아닌 레몽 크노의 책을 파는 것도 아니고, 버리는 것도 아니고, 소개한다." / <정확하게 따져서 글쓰기> 형식이라면, "나(홍보하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온전한 나의 결정으로)는 레몽(영어로는 '레이몬드'라고 읽을 수 있지만 프랑스어니까 '레몽'이라고 읽어야하는) 크노(K가 아니라 Q로 시작하는)의 책(양장본이고 정확하게 344쪽인)을 소개한다(엄밀히 말하자면, 소개라기보단 이건 거의 권고에 가깝다).
신박한 것이 진짜 많아요. 재미있겠죠,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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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피 지음, 유나영 번역
작가들의 스승, 논픽션의 대가라고 불리는 존 맥피의 '존 맥피 글쓰기 해부 책' 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써라!"보다는 일종의 강박으로까지 느껴지는 그의 그간 집필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놓았습니다. 기획과 구상, 집필과 퇴고, 편집 과정들까지 자세히 적어둔 이 책은 글을 기획하거나 쓰거나, 다듬거나, 발상이 필요한 사람이라면(글에 관련된 사람 전부...?) 더욱 반길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특히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창의적 논픽션은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는 글쓰기’이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자원으로 어떤 글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존 맥피는 '글쓰기는 선별이다'라고 했는데... 길어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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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필수템 ❞
많은 종류의 마감 동지 여러분, 자신만의 '마감템' 가지고 계신가요? 오월의봄 구성원의 마감을 책임져 줄(정말?) 마감템을 소개합니다. 어? 나도! 동질감을 느끼시거나, 에잇 설마? 의문을 품으시거나, 나도 해봐야지! 다짐을 하시거나 무엇이 됐든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구독자분 모두의 각종 마감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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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서패동 뚜벅이
일단 걸어본다. 심학산도 보고, 기러기도 보고. 공사장 아래 개천은 내 마음처럼 흙빛. 실타래가 풀릴까?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기러기가 놀라 날아오른 순간 제목도 퍼뜩 떠오르면 좋으련만. 이건 아니지, 저건 어떨까? 그래도 봄바람은 참 상큼하네. 어서 끝내고 심학산에 가볼까? 마감 끝나면 술 한잔 꼭 해야지. 이렇게 걸으면서 만든 책 한 권. 잠자면서도 생각하는 책 한 권. 잘되면 좋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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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 편독자 L
마감 필수템이라 함은 뭔가 좀 품격 있고 고상한(!) 물건이어야 할 것 같죠? 그치만 저의 마감 필수템은 영양제(내돈내산)입니다. 마감 때일수록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영양제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특히 고용량 비타민C와 루테인은 마감기간 내내 빼놓지 않고 챙기는 찐템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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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움직그림
🥟 만두맨 L
“마감만 끝나면…….” 마감을 하는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게 커피와 당분이라면, 마감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보상이다. 예전 같으면 최종 데이터를 확인하자마자 뛰쳐나가 생맥주부터 들이켰겠지만, 여러 이유로 술을 즐길 수 없게 된 요즘엔 찜해둔 드라마와 각종 영상들을 밤새 보겠다는 마음으로 마감을 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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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한) 키보드
🍃 캠퍼 H
사무직 노동자에게 키보드란 얼마나 중요한 도구인가요. 하루 7~8시간을 수시로 두드려야 하는 이 물건을 닦고 윤활하는 건 꽤 즐거운 일입니다. 곤두서는 신경만큼이나 타이핑이 빠르고 거칠어지는 마감노동 중에도 청소하고 윤활해둔 키보드는 도독도독 듣기 좋은 소리를 내줍니다.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제게는 윤활한 키보드만 한 마감 필수템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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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체크리스트
🎨 가내수공업자 C
오월의봄에서는 모든 걸(?) 마감날 한다. 심지어 표지 결정을 마감날 한적도 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출력전에 체크를 하면 마음이 좀 편하달까. 그렇지만 사고는 항상 체크리스트에 없는 것에서 터진다. 그래서 사고 후엔 체크리스트가 한 줄 더 생기고… 이만큼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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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 스틱
⛰️ 모래
냄새가 좋아 절에 가자며 조르던 아이는 커서 절 향(?)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이상하게 '나그참파' 같은 향을 맡으면 안심이 돼요. 시간의 종용과 잠깐 있어보라는 뇌의 싸움에는 '향 피우기'가 늘 중재의 역할을 해냅니다. 마음을 느슨하게, 그러나 빠진 것이 없게 하여라……. 제일 좋아하는 향은 'moon'과 'rain forest'이고, 지금도 연기 속에서 마감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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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복지식당> VIP 시사회 초대권 제공 이벤트
장애인 복지제도의 실태를 고발하고, 인권과 기본권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영화 <복지식당>이 4월 개봉합니다. 오월의봄에서도 '장애' 관련 도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데요. 사회에서 더 조망하고, 개선되어야 하는 장애 문제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예고편을 보시고, 하단의 설문 폼에 영화 기대평을 남겨주신 분 중, 20분을 추첨하여 <복지식당> VIP 시사회 초대권을 제공합니다.
*일시 및 장소: 4/6(수) 오후7시30분 CGV 용산아이파크몰
*당첨자 발표: 4/4(월) 오후 중 개별 연락
[홍보사 제공 영화 소개]
오는 4월 개봉하는 영화 <복지식당>은 사회곳곳 제도의 모순으로 생(生)의 사(死)각지대에 놓여 인권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대한민국 새 대통령이 2022년 가장 먼저 봐야할 영화'임을 당당하게 외치는 용감한 영화입니다.
장애인 감독의 자기체험과 비장애인 감독의 객관적 시선이 어우러져 빚어낸 진정성 있는 리얼리티 휴먼 드라마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받은 작품입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가 세상의 수많은 문턱을 넘어 '재기'하려는 이야기를 사려 깊게 담으며 장애인 복지제도의 실태와 불편한 진실에 문제적 질문을 던지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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