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중요한 혁명의 기록은 바로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돼요. 존 리드John Reed, 그는 르포 기자이자 미국공산당 창당을 주도한 공산주의자로 알려져 있어요. 또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에드거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3대 르포걸작이라 꼽히는 『세계를 뒤흔든 열흘』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대서양을 건너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마주하면서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시킨' 1917년 혁명 러시아를 전한 목격담인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 있기 무려 7년 전인 1910년, 멕시코혁명을 취재하고 전한 『반란의 멕시코』가 있었다는 사실!
그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혁명을 취재하라는 주문을 받고 급파되어 1913년 12월 중순 무렵 멕시코 국경에 도착합니다. 멕시코혁명은 크게 4막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혁명의 기간 중 가장 극적인 시기인 제3막에 그가 멕시코에 발을 디뎠죠. 이때는 제2차 혁명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인데, 멕시코의 치와와주에서 연방군을 몰아낸 판초 비야의 '북부사단'이 토레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둬 멕시코혁명을 최종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그야말로 극적인 인과관계들이 오가겠죠? 우선 존 리드가 촘촘히 기록한 3막의 드라마로 풍덩 빠지기 전, 이 책의 발문을 읽어보시면 멕시코혁명의 4막이 간결하고도 핵심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수순, 동선 등이 연대순으로요. 이 부분을 잘 읽고 기억하며 넘어가는 것이 뒤의 기록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몇 가지 큰 의의를 복기해가며 읽을 수밖에 없어집니다. 우선 멕시코 상류층 과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맹을 맺어 멕시코를 근대국가·산업국가로 변모시키려던 독재자 포르피디오 디아스 집권기는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함)의 관례로 보유해온 농민 혹은 농민공동체의 토지를 모조리 강탈하는 디아스 정부의 토지 소유권 확립 정책이 있었기에 대지주들에게는 '황금기',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절이었다는 것과 노동운동 탄압으로 유혈 진압 등의 학살이 있던 시기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뒤 짜여진 수순처럼 따라오는 혁명의 길을 마주하면 조합과 혁명, 운동, 변화, 개혁과 같은 말이 수많은 세월을 지나쳐도 잔재 정도나 회상으로서가 아닌 진행형으로 존재하는 언어라는 것을 현재에서 깊이 생각하게 돼요.
로버트 A. 로젠스톤의 『존 리드 평전』(정병선 옮김, 아고라, 2007)에 따르면 존 리드는 판초 비야의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병사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만족스런 기간"을 보냈고, 마침내 "이상한 땅의 이상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만큼 싸우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함께 고군분투했던 존 리드는 그들의 활력과 재기 넘치는 모습을 여실히 담았어요. 때로는 전쟁의 참화 역시 서사시적으로 묘사하고, 장군이나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매섭게 포착했지만, 대부분 그가 적어 내려간 사람들은 자연과 이웃, 노래와 술, 농담과 춤을 사랑하는 모습을 띠고 있거든요.
또한 존 리드가 취재로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계속해서 느끼게 되기도 해요. 이는 기자·작가로 활동하시는 이문영 선생님께서 써주신 추천사에서 잘 드러나 있어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반란의 멕시코』는 혁명군의 기세가 최고조였던 시기를 포착하고 있으나 책의 주인공은 혁명 지도자도 혁명 그 자체도 아니다. 존 리드가 세밀하게 그려내는 주인공은 땅을 잃고, 한 끼 먹을 음식이 없으며, 살 집과 공부할 학교를 위해 혁명에 동참한 사람들이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싸우는 그들의 삶과 죽음, 가난과 불평등, 웃음과 눈물, 환대와 나눔, 춤과 노래, 혁명 안에서조차 달라지지 않는 여성들의 현실이다. 미국의 첩자로 오해받기도 하고, 연방군의 총탄을 피해 도망치고, 친구가 된 혁명군 병사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총알이 머리를 관통한 시신들의 참상을 확인하며, 피투성이 부상병들과 마침내 다다른 전쟁터. 총소리, 신음소리, 들판을 뒤덮은 시체 냄새 속에서 그들과 자고 먹고 걷는 시간들이 존 리드가 열어간 현장이었다."
'기록의 임무를 받고 투입되는 사람이 기록할 사건을 선택할 순 없을지 모르지만, 사건을 기록하는 위치는 선택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기록하더라도 어느 위치에서 기록하느냐에 따라 현장은 무수히 쪼개진다. 사건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현장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멕시코혁명이란 사건 한가운데서 존 리드가 선택한 현장은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약탈의 가운데에서 빼앗기고, 찾지 못하는 그들 사이에서 그가 함께 열어간 이야기를 『반란의 멕시코』에서 함께 생생하게(!) 경험해보시길요! |